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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팩토리/책상

2018년 1월 둘째 주, 책 바구니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만 하고 사지 못한 책을 정리해보려 한다. 

돈이 생기면 꼭 살 수 있길 바라며.


과학 분야



이정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바틀비, 2018-01-05. 

(http://aladin.kr/p/VUv2N)


과학교양서는 목적에 따라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과학의 대중화'와 '대중의 과학화'. 전자가 어려운 과학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면, 후자는 우리 모두가 과학적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과학자도 과학이 어렵지만', 과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목차 중 가장 끌리는 꼭지는 '늦잠을 자는 이유'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들'. 어떤 내용일지는 모르겠다만, 말 자체에 반가운 마음이 들어 버렸다(...) 과연, 어려운 과학을 버티고 마침내 즐기는 지경에 오르면 지금보다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생화학자이자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인 저자가 쓴 62편의 생활밀착형 과학 에세이.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소개함으로써 과학과 친해지면 삶이 조금은 편해지고 여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1부 ‘삶의 균형’에서는 장내 세균, 광합성, 늦잠, 중력파, 방귀, 꽃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을 통해 과학 지식이 어떻게 삶의 균형과 맞닿아 있는지를 알려준다. 2부 ‘이보다 더 염치없을 수는 없다’에서는 태극기 집회, 사이비 종교, 도널드 트럼프, 메르스 사태, 존엄사 등의 사회 이슈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왜 지금 우리가 과학적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3부 ‘과학자들이 뭘 안다고 그래’에서는 유사과학, 전자레인지, 독감, 가짜 뉴스, 슈퍼문,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고 4부 ‘같이 좀 삽시다’에서는 깍두기, 모기, 동물원, 매미, 공룡, 비주류 과학자 등을 통해 공존의 이유와 방법을 모색한다. 5부 ‘조금 더 나은 미래’에서는 우주 이민, 지구온난화, 대멸종, 인공지능 등 최신 과학 이슈를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인문사회 분야



                          

◀나카지마 요시미치, 김희은, 《차별 감정의 철학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바다출판사, 2018-01-15.

(http://aladin.kr/p/VUu0t)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어크로스, 2018-01-05. ▶

(http://aladin.kr/p/YUiCp)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는 혐오표현과 차별감정의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었다. 대체로 한쪽이 '그것은 혐오발언'이라고 지적하면, 다른 쪽이 '그건 혐오발언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식이었다. 겉으로 보면 집단 대 집단으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복잡한 문제가 뒤섞여 있다. 이제 이렇게 오가는 논쟁을 진영 구도가 아닌 논의 형태로 전환해 다룬 책이 출간되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차별과 혐오를 각각 철학과 법학으로 설명했다. 다루는 문제는 조금 달라 보인다. 《차별 감정의 철학》은 보통의 사람들이 주고받는 관습적인 말 속에 담긴 은밀한 폭력에 주목한다. 목차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인 예시를 넣었다니 기대해 본다. 그에 비해 《말이 칼이 될 때》는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여자를 좋아하는데 왜 여성혐오죠?", "니네 나라로 가!"와 같은 이제는 레토릭이 되어버린 표현들을 부제로 달았다. 한국의 법학자가 한국의 사례를 다룬다는 점, 혐오발언이 난무하는 현상을 진단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현실적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많이 끌린다. 아마 세 권 중 이 책을 가장 먼저 사서 읽지 않을까 싶다. 


《차별 감정의 철학

‘선량한 시민’이 생산하는 차별 감정에 대한 철학 에세이. 선하고 의로운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폭력에 관해 성찰하고 있다. 타인에게 되도록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힘써 예의를 갖추고, 먼저 배려하고, 그래서 타인을 해칠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생산하는 은밀한 폭력에 주목한다. 폭력은 곧 “청결하고 싶은 마음이 곧 불결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품는 것이고, 부지런하고 싶은 마음이 곧 나태한 사람을 경멸하는 것이며, 성실하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이 곧 불성실한 사람을 혐오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고, 그리하여 나쁜 것은 점차 배제시켜 나가는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것은 왜 원하지 않는 것일까?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우리가 “남들이 원하는 것만을 원한다”고 간결하고 명쾌하게 답한다. 삶에 대하여 우리가 지침으로 삼는 사유와 태도는 대체로 관습을 따르고 있음을 적시하고, 그 관습이 감추고 있는 추악한 이면을 낱낱이 드러내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차별 감정의 철학>은 이제껏 우리가 ‘교양이 있다’고 여기며 익혀 온 ‘좋은’ 태도에 담긴 ‘악의’를 드러내는 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다. 드러내도 되는 악의와 반드시 숨겨야 하는 악의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펼치는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 안에 가득한 악의와 차별 감정, 자신과 타인을 숱하게 속여 온 기만이라는 가면과 마주하게 된다.



《말이 칼이 될 때

혐오사회를 조망하고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혐오의 문화를 변화시킬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연구하고, 젊은 감각으로 한국 사회의 이슈를 다뤄온 저자는 혐오와 차별의 현실에 무감각한, 그래서 별다른 대책조차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혐오표현이 우리 사회의 ‘공존의 조건’을 파괴하고 또한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곧 혐오표현의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할 길을 찾는 건 ‘공존의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혐오’라는 문제적 현상을 인식하고,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아슬아슬한 긴장 속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어떠한 개인적, 사회적 노력을 시도할 수 있는지, 차별금지법부터 대항표현까지 혐오 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또한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