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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오빠/잡문창고

『마음의 과학』,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와이즈베리, 2012. (399쪽) 첫 번째: 스티븐 핑커, 「연산 기관」




『마음의 과학』에 실려 있는 첫 번째 글, 스티븐 핑커의 「연산 기관」 에 대한 간략한 리뷰이다.




핑커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자연 선택에 의해 발전해 온 합리적 연산 기관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론이 진화심리학적 진영에 속해있다는 점은, 합리의 목적이 유전자의 자기복제 최대화 시도라는 그의 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렇다. 컴퓨터와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이다.

핑커는 현재 우리가 가진 일상적인 생각과 감정이 이렇게 생겨먹은 까닭으로 자연선택을 말한다. 그는 그 증거로 ‘행복’이라는 감정과 전자정보를 다루는 일반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그리고 꽤나 그럴 듯하다.)

행복에 대해 그는, 우리의 행복등급을 정하는 것이 타인이고, 우리는 늘 지금보다 조금 나은 정도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인용한 또 다른 진화심리학자인 도널드 캠벨(Donald Campbell)의 ‘행복 쳇바퀴’는 핑커의 주장을 더욱 그럴 듯하게 여겨지게 한다.

수 만년에 걸쳐 물리적 대상들만을 다뤄온 마음의 방식이 전자정보를 굳이 물리적 대상으로 환원하게끔 한다는 지적도 그럴 듯하다. 실제로 여전히 엄청난 양의 종이들이 낭비되고 있고, ‘소유감’은 하드 디스크에 넣어두었을 때보다 서랍에 넣어두었을 때 더 분명히 느껴진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마음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 같지는 않다. 또한 그의 생각이 모두 마음을 옳게 설명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일례로 앞서 말한 수 만년에 걸친 진화에 의한 고집스러운 태도는, 적어도 내 주위로 보건대,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는 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DVD 보다 MKV나 MP4가 더 익숙한 것 같다. 하드디스크나 웹 드라이브에 저장해 둔 PDF와 텍스트 파일들을, 그들은 굳이 인쇄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PC나 태블릿으로 바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나? 나는 아직 반반인 것 같다. 웹 드라이브와 이메일 서비스, 노트북과 PC가 없는 환경은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두 평 남짓한 내 서재는 책장이 3면을 가득 채웠고, 그 중 하나는 책을 2겹으로 둘 정도다.

스티븐 핑커의 생각은 일견 익숙하면서도 (특히 정보처리 연산기관이라는 것) 일견 새롭다. (두 가지 예시의 경우) 게다가 충분히 쉽게 썼다. 나머지 17개의 글들을 읽고 싶을 마음이 들 정도로.


※ 원래 이글은, 지금은 정지시킨 개인 블로그(zbro.tistory.com) 에 올렸던 것이다. 거처를 옮겨서 옮겨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