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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오빠/잡문창고

2016.05.30 (월) 학생들의 니즈

학기가 끝나간다.
출강하고 있는 두 곳 중 한 곳에서 강의가 끝났다. 이제 다음주에 시험치고 그 다음주에 마무리 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로서 "강의"는 끝난다. (다른 한 곳은 아직 한참 남음 ㅠㅠ 크)

요즘 강의에 대해 조금씩 다른 생각들이 든다. 강의를 한다는 걸, 요리를 하는 어머니의 마음에 비견하면 건방지다고 욕먹을까? 그렇더라도 하나, 원하는 것만 줄 수도, 주고 싶은 것만 줄 수도 없는 고민만은 비슷하지 않을까?

학생들의 니즈를 맞춰야 한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 이 말을 하는 목소리에서 자조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아직 아니다) 그럴 때 이 말은 학생들에 대한 존중보다 사회와 상황에 대한 조소를 담은 듯하다. 교육이 서비스가 되어버린 세상이 쓴 우울한 편지같다.

대학에서 무얼 가르쳐야 하나. 30년 넘게 봉직하시고 은퇴를 앞두신 내 지도교수님과도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학이 대학다워야지." 내 지도교수님 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학생들은 더 쉽고 더 재밌는 것을 원한다. 그러니 대학도 그런 걸 요구한다. 대학에 묶여있는 우리는 (감히 나도 포함시키자면) 그래서 그런 걸 준비한다. 새하얀 학문의 첨탑은 테마파크가 되어버렸다. 30년 뒤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래도 대학강의를 그만 둘 수 없다. 이렇든 저렇든 대중화와 전문화 사이의 고민은 교강사들의 몫이다. 시대의 흐름에 마냥 흘러가서도 안 되겠지만, 마구다지로 막아서는 것이 능사도 아닐 것이다. 고민하지 않으면 편승하게 된다.

에휴 이게 다 무슨 소린지. 어쨌든 또 한 학기가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