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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오빠/잡문창고

『마음의 과학』,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와이즈베리, 2012. (399쪽) 두 번째: V. S. 라마찬드란, 「인류 진화의 ‘대도약’을 낳은 추진력으로서의 거울뉴런과 모방 ..

V. S. 라마찬드란이 말하는 거울 뉴런과 인류 진화의 대도약


『마음의 과학』에 실린 두 번째 글은 V. S. 라마찬드란(V. S. Ramachandran)의 「인류 진화의 ‘대도약’을 낳은 추진력으로서의 거울뉴런과 모방 학습」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라마찬드란은 거울뉴런1)이 언어와 문화 발전의 열쇠라고 말한다. 인간의 거울뉴런은 원숭이들의 그것보다 더욱 두드러진 면을 보이는데, 그것은 행위만이 아니라 의도마저도 투영한다는 것이다. 라마찬드란은 “남의 의도를 읽는 능력과 남의 음성을 흉내 내는 능력 두 가지가 자리를 잡으면 언어의 진화가 작동한다.” 고 말한다. (42쪽) 라마찬드란은 인간 뇌의 크기가 현재와 같은 1,500cc 정도로 커진 것이 약 20만 년 전인데 언어나 문화 따위는 약 4만 년 전에 갑자기 출현, 급속도로 확산된 것에 이 거울뉴런의 핵심적인 역할이 있었다고 본다. 그의 말처럼, “도구의 이용, 미술, 수학, 나아가 언어와 같은 것들은 한 곳에서 우연히 발명되어 빠르게 퍼져나갔을” 지도 모른다. (45쪽) 그도 거울뉴런이 진화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유전적 요인만으로 진화를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인류의 역사를 우연의 산물로 보는 것을 언짢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이 분야에 대해서는 장님이나 다름없지만, 라마찬드란의 의견이 온건하고 또 그럴 듯하다고 여겨진다. 라마찬드란이 “첨단 기술을 거의 쓰지 않는 실험법으로 뇌를 연구”하는 사람이라서 쉽게 이해되고 동의되는 것일까? 뇌를 직접 열어서 살펴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불가능한 이야기일까?

얼마 전, 미국으로 비행을 갔던 아내에게 뜬금없는 카톡이 왔다. 간추리자면 이렇다. ‘사이코패스는 교육으로 감화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의 전두피질인가 어딘가가 일반인과 다르다더라. 그렇다면 그들의 악은 타고나는 것 아닌가.’ 아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 나온 모건프리먼과 납치강간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와의 인터뷰를 보고 궁금해서 연락한 것이라 했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을 간추리자면 이렇다. ‘나도 잘 몰라. 뇌는 태아-유아기 때 급격하게 성장하는데, 이때 외부요인에 따라 부분들의 성장속도는 균일하지 않게 된다더라. 이게 태어나자마자부터 지속적으로 추적 조사를 하는 게 아닌 만큼 그 사이코패스들의 다른 뇌 구조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불분명하지 않겠나.’

나는 도덕철학에 특히 관심이 많다. 도덕철학을 공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도덕심리학쪽 문제들에 발을 들이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제까지 한국의 동양철학계는 도덕철학이라기보다는 도덕심리학에 더욱 비중을 두어온 것도 같다. (뭐, 송나라때 이후로부터?) 사이코패스의 다른 뇌 구조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아니 적어도 원래 그만큼 중요했던 것은 ‘그래서 어떻게 하지?’아닌가 싶다. 라마찬드란과 같은 태도는 이런 문제에도 유용할 것 같다. 이래저래 생각해볼 수 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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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 [을오빠/읽은논문 을] - 『마음의 과학』,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와이즈베리, 2012. (399쪽) 첫 번째: 스티븐 핑커, 「연산 기관」



1)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신경과학자인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가 원숭이의 복측전운동영역(이게 뭐야)에서 발견한 것으로 다른 개체의 행위를 볼 때, 자신이 그 행위를 할 때와 같이 발화하는 뉴런의 종류. 인간에게도 있는 것이며 라마찬드란은 언어와 문화의 발전의 열쇠가 거울뉴런에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