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응부자/ㅇㅇ

[아픔이 길이 되려면] 동성애와 AIDS의 관계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동아시아(2017).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 동생애를 향한 비과학적 혐오에 반대하며(198~220쪽)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역사에 남을 만한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질환 진단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에서 동성애를 삭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발견된 첫 AIDS(후천성며역결핍증) 환자는 1981년 미국의 동성애자였지만, 1970년대 후반에 케냐를 비롯한 중앙아프리카 국가에서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후에 알려졌습니다. 원인인 바이러스 규명과 함께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 자연히 HIV 감염을 동성애 질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의학적으로 근거를 잃게 되었지요. 동성 간 성관계를 가진다고 해서 HIV 바이러스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파트너가 HIV에 감염되었을 경우 이성 간, 동성 간 성관계 모두에서 바이러스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IV/AIDS 예방과 관리에 있어,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은 흡연과 같이 개입해서 바꿀 수 있는 위험요인이 아니라 연령, 인종, 성별과 같은 사회인구학적 인자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남성 동성애자의 HIV/AIDS 유병률이 높다면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이라는 비과학적인 낙인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 '남성 동성애자의 HIV/AIDS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기존 연구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 기초해 동성애와 HIV 감염을 연관짓는 것은 HIV/AIDS의 예방과 치료에 큰 장벽이 되었고, 오히려 그 유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즉, 현실에서는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인 것이 아니라 동성애 혐오와 차별이 HIV/AIDS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인 것입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게 이미 1973년.

질병의 최초의 발견이 질병의 궁극적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당연한 논리.

질병의 최초의 사례로도 볼 수 없는 증거가 학계에서 받아들지고 있음.

유병률이 사회적 차별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이 유병률의 원인일 수 있음.





'이응부자 > ㅇㅇ'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치 있는 비판에 관하여  (2) 2018.02.14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서평  (2) 2018.01.17
여성혐오 문제에 대한 잡담 2  (7) 2016.05.27
여성혐오 문제에 대한 잡담1  (5) 2016.05.26
[자유론] 서평  (0) 201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