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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부자/ㅇㅇ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서평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유유(2016).




글쓰기와 관련된 정보를 문법책이 아닌 인문도서에서 찾는다면, 이유는 하나다. 공부하기 싫기 때문이. 필자 역시 좋은 글쓰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지만, 수험공부 하듯 배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집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 교정 일을 하면서 체득한 비결을 평이한 문체로 서술한다. 단순히 문체만 독자에게 접근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편집 구성도 독자를 배려하고 있다. 이 책은 잘못된 글쓰기 습관을 설명하는 부분과 자전적 성격의 소설 부분이 교차 편집되어 있다. 그래서 독자는 잘못되거나 어색한 표현들이 나열될 때 느끼는 부담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간중간 삽입된 흥미로운 이야기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마치 저자는 설명하는 부분이 주는 지적 무게를 독자가 버거워할 것을 고려해, 즐거움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독자가 실용 분야가 아닌 인문 분야에서 글쓰기 책을 찾는 동기를 명확히 이해하고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삽입된 소설은 단지 재미만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어색하고 잘못된 표현이 사라진 말끔한 문장을 보며, 독자는 저자가 설명한 내용의 실제 예를 볼 수 있다. 독자는 즐겁게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좋은 글쓰기를 마주하면서, 저자가 강조하는 게으르고 쓸모없는 표현들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이 따라야할 바를 이해하게 된다. 게다가 소설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 역시 유의미하다. 소설 속 서술자는 외주 교정자이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교정한 책의 글쓴이에게서 메일을 받고, 그와 메일로 교신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들이 나누는 의견은 다음과 같다. 이상한 문장과 정상적인 문장을 나눌 수 있는가? 저자의 생각이 담긴 표현을 합의라는 명목 아래 교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렇게 할 경우, 저자만의 문장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가? 도대체 문장으로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좋은 글쓰기비법을 전달하면서도, ‘좋은 글쓰기를 전달하는 목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누가 좋은 글쓰기와 나쁜 글쓰기를 재단할 수 있으며, 재단하는 그 과정이 실은 저자의 고유한 표현을 획일화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과 생각의 주체인 글쓴이와 문장의 주체인 주어 사이에 일어나는 간극을 다룬다. 독자들은 좋은 글쓰기비법을 따르기 위해 이 책을 읽지만, 저자는 자신의 요령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독자는 저자의 글쓰기 요령에 더해, 좋은 글쓰기란 것이 무엇인지 능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삽입된 소설의 일부는 위의 주제를 직접 다루기보다 지나치게 빗대어 표현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 책에서 언급하는 카프카의 단편 소설 유형지에서는 그 작품 자체가 비유적이다. 그런데 이 단편 소설을 또다시 글쓴이가 문장을 표현하고 교정자가 수정하는 행위에 비유하는 것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담론으로 보였다. 물론 비유를 또다시 비유하면서, ‘문자를 통해서는 저자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이려한 의도일 수 있다. 그러나 책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는 과도한 철학적 접근으로 보인다.

몇 군데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이 책은 분명 읽을 만한 가치가 넘친다. 유익한 내용과 그 내용을 최적의 방법으로 드러내는 형식, 그리고 내용의 목적 자체를 돌이켜 보는 문제의식이 대단히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토록 가벼운 책이 담아내고 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풍부한 의미를 전달하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