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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부자/ㅇㅇ

여성혐오 문제에 대한 잡담 2



이 글은 여성혐오주의자의 여성혐오범죄가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의 현실화라고 보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http://lab510.tistory.com/54)에 대한 댓글을 넘어선 답글입니다.


1의 경우, 어디서 논의가 촉발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오빠가 끌어온거라 생각합니다.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주의'가 '여성혐오'와 동치될 수 없는 건 저에게 너무나 분명합니다. 영향을 준 요소 중의 하나일 수 있겠지요.


2의 경우, 논의를 제가 잘 이해했는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이해한 만큼 적어보겠습니다. 오빠의 논의에 따르면, 이데올로기의 현실화를 이해하기 위해 주체의 인지와 결단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행동의 이유 속에서는 그 요소를 찾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진술 속에서 '여성혐오'의 요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새로운 조건이 추가됩니다. 주체자가 그 이유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의 대변자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기준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로서 '여성혐오'의 사회적 만연화가 증명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이데올로기의 현실화가 타인과의 공유나 그들의 대변자이려는 욕구(?)를 반드시 필요조건으로 삼아야 하는지 의문스럽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유가 무엇인지, 대변하려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냥 일반적인 수준을 가정하고 말하자면,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더라도 자유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3의 경우, '혐오'를 관계 맺고 싶어하지 않음으로 정의한 후, '여성혐오'의 만연화를 확인할 수 있는 쉬운(?) 논증의 길을 취하고 있습니다. '독신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만연화되어 있으므로 '독신주의'가 '여성혐오'와 관련있다면 쉽게 '여성혐오'도 인정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논증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독신주의'를 택한 것을 논외로 치더라도, '독신주의'가 '여성혐오'와 관련 없다는 것으로부터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요. 설령 둘의 관계가 관련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여성혐오'가 '독신주의'의 한 요소(원인)에 불과할 때, 결국 '독신주의'의 만연이 '여성혐오'의 만연을 드러내지는 못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여성혐오'와 '가부장주의' 혹은 '남성우월주의'의 관계처럼 말이죠.


그리고 논의를 이어서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범죄의 특수성입니다. 몇 개의 범죄사건이 '여성혐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연하다고 인정할 만큼 범죄가 일어나야 여성 혐오의 현실화 혹은 그것의 실체를 인정할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범죄의 표출이란 혐오의 제일 극단은 아닐지라도, 극단에서야 보일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여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단순히 몇 개의 범죄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그것 이면에 '여성혐오'라는 우리가 경계해야할 요소가 있다면, 우리 사회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어린이집이 있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 중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를 비율로 치자면 대단히 극소수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그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의 대응 방안을 위해 인권 침해 논란이 있는 CCTV를 의무화하였죠. 그렇다고 그것이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혹시 일어날 지 모르는 범죄에 맞서기 위한 사회적 장치이겠지요.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탑승수속후 시간 남아 썼는데 엄청 길어졌네요. 원래 댓글로 달라고 했는데 팩토리가 그건 댓글이 아니라고 해서 ㅋㅋㅋㅋ 신나게 놀아야징!